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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 Korea

단풍이 물드는 시간, 속리산 법주사에서

by TravelReviw 202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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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는 게 녹록지 않아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는 korea journey입니다. 오늘은 어머니의 제안으로 애벌레처럼 웅크려 있다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속리산에 다녀온 후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제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다 못해 지나가고 있네요. 오늘은 입동이라는 말이 있었죠. 아직 전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안되었는데 말이에요. 가을의 끝자락이 다가오니, 단풍도 더 늦으면 볼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 길을 떠납니다. 속리산으로요.

내비게이션에 속리산을 검색하니, 속리산이 여러곳데에서 잡히는 거예요. 보은에도 있고, 경북에도 있고요. 지리는 바보, 방향감각은 제로인 저는 잠시 동공이 흔들립니다. 산이 생각해보면 점처럼 한 곳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여러 지역 걸쳐있을 수도 있는 데, 그런 생각을 못했네요. 집에서 가까운 보은 쪽으로 갔습니다. 문의 IC를 거쳐 속리산 IC로 나왔는데요, 세상에 모든 차가 속리산에 집결한 것처럼 엄청난 교통량을 보여줬습니다.

초입에 나오는 무료주차장에 차를 일단 주차하고, 하염없이 입구까지 걸었습니다. 한 20분 이상은 걸은 것 같아요. 가는 길에 산채비빔밥 거리 같은 것도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인산인해, 차산차해였습니다. 차 산차 해가 뭐냐고요? 차가 정말 너무너무 많아서 제가 만든 말이에요. 주차를 너무 일찍 했나 후회했는 데, 하염없이 막히는 차들을 보니, 걷는 게 나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속리산 대형주차장은 정말 대형 중고차 판매장처럼 차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관광안내소가 나오고, 곧 매표소도 보입니다. 입장료가 있더라고요. 성인은 5천 원이고요, 만 65세 이상 성인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지출을 하며, 표 끊고 입장합니다. 속리산이 울긋불긋 물든 모습을 기대하고 왔는 데, 생각보다 산이 너무 푸르렀어요.

그래서 단풍은 전혀 못보겠다. 하고 또 포기했더니, 돈 맛 때문인지, 법주사 가는 길목 길목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아직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예쁘게 반겨주었습니다.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요. 가는 길은 하늘이 참 예뻤는 데, 이제 점점 해가 짧아져서 그런 지 금방 어두워지더라고요. 그렇다고 단풍이 단풍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여전히 붉고 예쁘더라고요.


매표소에서 한 10여분 남짓 걸어올라가니, 이제 법주사가 보입니다. 절이 생각보다 커 보이더라고요. 절들은 뭐랄까, 묘하게 참 이뻐요. 우리나라 전통 양식이 꽤 예쁘다는 걸 나이가 들수록 느끼게 되네요. 중국에 가면 또 비슷한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같은 맛은 없고, 일본도 그렇고요. 익숙해져서 우리나라 건축이 예뻐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시간이 지날수록 중후하고 멋있어요.

예전엔 절도 왜 관광을 하러 가나 했는 데, 절에 갔을 때 풍경소리도 어느 날 부터인가 좋고요. 이렇게 취향이 점점 변해가나 봐요. 법주사에는 법주사 시그니쳐인 팔상전이 제일 눈에 띄어요. 사실 네, 황금 불상이 제일 눈에 보이긴 하는데요, 그건 좀, 뭐랄까 값진 맛이 좀 덜해서요. 고풍스럽고 예스러우면서 세월이 여실히 느껴지는 건 팔상전이 최고인 거 같아요.

팔상전은 5층 목조탑으로 법주사를 처음 만들 때 같이 만들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탔다고 해요. 목재로 만든 건물이나 탑은 참 예쁜데, 불에 잘 탄다는 게 후손으로 써는 안타까운 일이예요.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기 어려우니까요. 지금의 팔상전은 선조 38년(1605)부터 인조 4년(1626)에 걸쳐 벽암 대사가 주관하여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단의 석조 기단과 중앙의 돌계단은 돌로 돼서 그런지 통일신라 때의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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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상전이 생각보다는 오래 되지 않았더라고요. 전 색이나 상태로 보아 천년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 데, 그 정도는 아니었네요. 근데, 색이 바래면 바란대로 그 멋이 있는 것 같아요. 팔상전 처마를 보면 풍경이 달려있는데요,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에서 나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저는 절에서 불경 외우는 소리는 좀 듣기 어색한 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참 좋더라고요. 고즈넉하니, 여유 있는 느낌이라서요. 잠시 쉬었다 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법주사를 지나 앞으로 쭉 가면 대웅보전이 나옵니다. 사실 한자라 못읽어요. 하지만 지도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죠. 그렇게 대웅보전을 등지고 다시 앞을 보면, 팔상 전하고 무지막지하게 큰 황금 부처님이 보입니다. 도대체 언제 만든 건 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조악스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신심으로 만들어서 귀 해 보이기도 하고 뭐랄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드는 모습과 크기예요.

마침 해가 황금 부처님 뒤로 지나가고 있어서 부처님 뒤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런것도 다 계산하고 세웠을 까 하고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근데 부처님이 팔상전을 보고 있는 저 구도가 사진 상 꽤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한 컷 찍어봤습니다. 구름 사이에서 굳이 부처님 뒤로 삐져나온 해도 예뻤고요.


주말이라 그런지, 위드 코로나의 시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던 속리산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교외로 나와서 좋은 공기를 쐬니 좋더라고요. 마지막 단풍들을 보는 것도 좋았고요. 아니면 단풍의 시작일 수도 있고요. 요즘은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 질 모르겠거든요.

울긋불긋 산이 단풍으로 물든 건 못 봤지만, 속리산 어느 한 자락 구석에, 법주사 한편에 구경 온 우리 보고 서운하지 말라고 붉게 물든 단풍을 보니, 마음이 괜히 시리면서 짠하고 또 좋고 그러네요. 가을 타나요? 그런 가을 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내려가는 길엔 파전, 도토리 묵에 소주를 가볍게 곁들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들 하늘 한번, 단풍 한 번 바라보는 하루 보내보시는 건 어떠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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