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남의 얘긴 줄 알았던 코로나에 걸린지 삼일째입니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지 2일 차구요. 2일차는 하루 종일 생활치로센터의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첫날이네요. 먼저 식사는 8시 12시 18시 총 세번 배식됩니다. 보통 기준시간 10분 전에 배달을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절대로 배달완료 안내 전까지 나오면 안된다는 문자가 옵니다. 그리고 기준시간 10-20분이 지난 후에, 문을 살짝만 열고 식사를 가져가라는 안내방송과 문자가 옵니다. 그럼 마스크를 쓰고 문을 살짝 열어서 문앞의 도시락을 갖고 방으로 잽싸게 들어오면 되요.

아침은 양식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밥이 정말정말 잘나오는데, 역시나 미각상실이라 무슨 맛인진 모릅니다. 미세하게 매운맛이나 짠맛, 신맛은 느껴졌는 데 전체적으로는 거의 맛을 못느껴서 식감만 느끼는 식사의 연속이예요.
그리고 아침식사 시간에는 산소포화도, 체온, 임상증상 등을 생활치료센터 앱에 기록하라는 안내방송도 나옵니다. 방 내부에 산소포화도 측정 기기, 체온계가 모두 비치되어있어서 시간맞춰 재고 기록만 하시면 되요.
한가롭게 아침을 먹고 나면 나른해지더라고요, 그러면 방송으로 오늘 퇴소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남의 얘기라 귀담아 들리지 않더라고요. 멍때리고 핸드폰 가지고 조물조물 거리다보면 꾸벅꾸벅 졸다 결국 또 점심 오기 전까지 자게됩니다. 증상이 엄청 빡씨게 나타나는 건 아니어도 묘한 피로감이 계속 있어서 자꾸 졸게 됩니다. 방안에서도 마스크 착용하라고 안내되어있는데, 방이 건조하다보니 여러모로 마스크를 착용하는게 더 편했습니다.
점심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이상하게 점심 배식은 아침이나 저녁에 비해 좀 더 늦어요. 이유는 모르지만, 25-30분가까이 되서 픽업하란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매일 12.45까지 폐기물을 수거한다는 방송도 곧이어 나와요. 전 밥 먹다 말고 미친듯이 폐기물 포장했습니다. 방에 방사능 위험물질같은 표시가 된 흰통이 있고, 거기 안에 주황색 비닐봉투가 있는데요 여기에 모든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포함)을 담아 정해진 시간에 배출해야 합니다. 먼저 폐기물 넣기전에 소독액을 미친듯이 뿌려주고요, 폐기물 차곡차곡 넣고 주황색 봉투를 잘 묶음 다음에 다시 테이프로 엑스자로 밀봉합니다. 다시 소독약을 뿌려주고 뚜껑을 덮은 후, 테이프로 두바퀴 정도 돌려서 밀봉합니다. 다시 소독약을 미친듯이 폐기물통에 뿌려준 후, 지정된 시간인 12.45전에 방문밖에 빼꼼히 배출했어요.
내일은 미리 포장해 놨다가 배출하려고 합니다. 점심은 내일 폐기물로 버릴거고요. 다시 점심을 냠냠 먹고 나서, 또 멍... 하며 핸드폰을 하다가 또 꼬무륵 잠들면 4시 즈음 깨요. 진짜 원없이 잘 수 있는 곳이예요. 그럼 또 산소포화도, 체온, 임상증상을 체크하고 앱에 기록합니다. 식사시간 은근 기다려져요. 미각을 잃어도 식욕을 잃지 않은 저는 과자도 몇개 챙겨왔는데, 한봉지씩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오고, 식사를 받을 때 빈 폐기물 통, 봉투와 식사가 함께 얌전히 방문앞에서 절 기다립니다. 저녁도 역시 잘나와요. 생선같은게 나와서 비리겠지!! 안먹을 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내 전 후각도 마비되서 비리고 그런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코다리더라고요. 미각없어도 맛있게 클리어했습니다.

길은듯 짧은 하루가 저녁과 함께 끝난단 생각에 커피믹스도 하나 타먹어 봤습니다. 근데 커피가 물이랑 같은 맛에 끝만 살짝 쓴... 네 미각과 후각의 중요성 다시 느낌니다. 콧물 인후통은 익숙한데, 미각 후각이 둔해지는 건 처음이라 코로나 양성나왔다는 거보다 충격적인 것 같아요. 여하튼 오늘도 하루가 가고 한일은 없지만 피곤한 저는 일찍 또 잠이 듭니다. 생활치료센터 이일차지만 계속 여기서 있던 것처럼 뭔가 익숙해져서 편안하 숙면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증상이 호전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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